1. 서론: "아까워서 못 버리겠다"는 말의 경제적 대가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갔다고 상상해 봅시다.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이 영화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지루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티켓값이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봐야지"라며 억지로 자리를 지킵니다. 주식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의 전망이 어두워졌는데도 "이미 -30%나 손해를 봤는데, 지금 팔면 너무 아깝잖아"라며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 더 큰 폭락을 맞이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미 지출되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을 '매몰 비용(Sunk Cost)'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매몰 비용에 미련을 두느라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현상을 '매몰 비용의 함정'이라고 하죠. 오늘은 왜 우리 뇌가 '본전'이라는 함정에 이토록 약한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과거의 늪에서 빠져나와 수익을 내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2. 손실 혐오와 매몰 비용: 9편의 복습
우리가 9편에서 다루었던 '손실 혐오(Loss Aversion)가 주식 시장에서는 '매몰 비용의 함정'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납니다.
인간의 뇌는 이득에서 얻는 기쁨보다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을 훨씬 크게 처리합니다. 주식을 파는 순간, 머릿속 가상 계좌(11편의 심적 회계)에서는 그 손실이 '확정'됩니다. 뇌는 이 확정된 실패를 대면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합니다. 그래서 "팔지 않으면 아직 잃은 것이 아니야"라는 자기기만에 빠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시리즈 1에서 배운 전두엽의 에너지는 합리적인 분석보다는 '자신의 실수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만드는데 낭비됩니다. "이 회사는 언젠가 오를 거야", "배당이라도 주니까 괜찮아"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냉정한 시장은 당신이 그 주식을 얼마에 샀는지(본전)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미래의 가치만이 중요할 뿐입니다.
3. 일상 속의 매몰 비용: 당신의 시간을 갉아먹는 범인들
매몰 비용의 함정은 돈뿐만 아니라 '시간'과 '노력'의 영역에서도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1) 맛없는 음식과 과식
비싼 돈을 주고 시킨 음식이 맛이 없을 때, 우리는 배가 부른데도 꾸역꾸역 먹습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지불한 돈은 내가 다 먹든 남기든 돌아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억지로 먹음으로써 '건강 악화'라는 추가적인 비용(손해)을 발생시킬 뿐입니다.
2) 맞지 않는 연애와 관계
"그동안 만난 시간이 3년인데, 어떻게 헤어집니까?" 연인 관계가 이미 파탄 났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쏟은 시간과 정성이 아까워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3년은 돌려받을 수 없는 매몰 비용입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30년"을 이 사람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3) 콩코드 오류(Concofde Fallacy)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개발 과정에서 이미 수익성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그동안 쏟아부은 막대한 개발비가 아까워 사업을 강행했고, 결국 천문학적인 적자를 낸 뒤에야 사업을 접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매몰 비용의 함정은 이토록 치명적입니다.
4. 왜 우리는 과거의 유령에 휘둘리는가?
뇌과학적으로 보면,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강한 본능이 있습니다.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것은 집단 내에서 자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13편에서 다룬 '소유효과']도 한몫합니다. 내가 이미 보유한 주식, 내가 이미 보낸 시간은 타인의 것보다 훨씬 가치 있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객관적인 매도 신호가 와도 "내 판단이 맞을 거야"라는 고집을 꺾지 못하는 것입니다. 전두엽은 과거의 나를 보호하기 위해 현실의 눈을 가려버립니다.
5. 매몰 비용의 함정을 부수는 3가지 질문
경제적으로 자유로 가는 길은 과거의 장부를 덮고 미래의 수익률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결정을 내리기전 스스로에게 3가지 질문을 던져 보세요.
1) "오늘 처음 이 주식을 봤다면, 지금 가격에 살 것인가?"
이것은 매몰 비용을 제거하는 가장 강력한 질문입니다. 만약 오늘 당장 내 주머니에 현금이 있고 이 종목을 새로 발견했다면 살 의향이 있나요? 대답은 '아니오'라면, 당신은 지금 본전 생각 때문에 팔지 못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즉시 매도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2) " 이 자원을 다른 곳에 투자한다면 어떤 기회가 있는가?" (기회 비용)
매몰 비용에 집착하는 동안 당신은 더 큰 수익을 줄 수 있는 다른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묶여 있는 돈 1,000만 원이 다른 성장주에게 20%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가만히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매일 손해를 보고 있는 셈입니다.
3)"나의 실패를 기꺼이 인정할 용기가 있는가?"
모든 투자가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빠르게 손실을 확정 짓는 '손절'은 실패가 아니라, 더 큰 승리를 위한 '자산 방어 전략"입니다. 전두엽의 에너지를 과거의 후회가 아닌 미래의 전략 수립에 사용하십시오.
6. 결론: 뒤를 돌아보지 않는 자가 부의 궤도에 오른다.
우리는 흔히 "본전은 찾아야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본전'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이미 사라진 돈은 잊으십시오.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의 선택'과 '앞으로의 결과'뿐입니다.
매몰 비용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단순히 돈을 아끼는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일입니다. 과거의 실수를 붙잡고 늘어지는 대신, 그 실수를 수업료로 지불했다고 생각하고 털어내십시오. 장부상의 마이너스 숫자에 감정을 담지 않을 때, 여러분의 계좌와 인생은 비로소 플러스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