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분명 쉬고 있는데, 머리는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는 날이 있다. 누워 있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생각은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진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왜 쉬어도 회복이 안 되지?"라는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이 피로는 휴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머리가 아직 쉬는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생각이 끝나지 않은 채 휴식에 들어갔을 때
몸은 멈췄지만 생각은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처리하지 못한 일, 정리되지 않은 판단, 미뤄둔 결정들이 머릿속에서 대기 상태로 남아 있으면 휴식은 시작되지 않는다. 이때의 머리 피로는 새로운 생각이 생겨서가 아니라, 끝나지 않은 생각이 남아 있기 때문에 생긴다. 몸이 쉬고 있어도 머리가 피곤한 이유는, 하루가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이 흐름은 잠자리에 들기 전 피로가 더 심해지는 이유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자극은 줄었지만 주의가 풀리지 않았을 때
조용한 공간에 있어도 머리가 쉬지 못하는 날이 있다. 화면을 보지 않고, 움직임이 줄었는데도 피로가 남아 있다면 주의가 여전히 긴장 상태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크다. 주의는 자극이 사라졌다고 자동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머리의 피로는 종종 주의를 내려놓지 못한 채 유지된 긴장에서 비롯된다.
= 이는 집에만 있어도 에너지가 빨리 소모되는 이유와 같은 결 위에 있다.
정리가 아닌 회피로 시간을 보냈을 때
몸을 쉬게 하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 시간이 생각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쓰이지 않았다면 머리는 회복되지 않는다. 문제를 미뤄두고 피하는 시간은 잠깐의 편안함을 줄 수는 있어도, 인지적 부담을 줄이지는 못한다. 이때 남는 피로는 몸의 문제가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의 무게다.
= 이 감각은 집중력이 떨어질 때 함께 찾아오는 피로의 원인으로도 이어진다.
몸이 쉬고 있는데도 머리가 계속 피곤하다면, 더 쉬어야 한다는 뜻은 아닐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휴식의 양이 아니라, 생각이 끝났다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머리의 피로는 몸이 약해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아직 닫히지 않은 하루가 남아 있다는 조용한 표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