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서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의 함정
우리는 흔히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을 격언처럼 여기며 살아갑니다. 특히 돈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가 위험해 보일 때,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전략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현금을 통자에 넣어두고 지켜보는 것은 심리적으로 매우 안전하게 느껴집니다. 적어도 내 눈앞에서 숫자가 깎여나가는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 '아무것도 하지 않음'은 때로 가장 치명적인 손실을 불러오는 잘못된 결정이 됩니다. 이를 '부작위 편향(Omission Bias)'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해서 발생한 손실보다, 행동하지 않아서 발생한 손실을 훨씬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늘은 왜 우리가 뇌가 '멈춤'을 '안전'으로 착각하는지, 그리고 그 착각이 어떻게 경제적 자유를 가로막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2. 행동의 고통 vs 방관의 고통: 뇌의 선택적 회피
우리가 시리즈 1에서 다루었던 '결정 피로'를 떠올려 보십시오. 새로운 투자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은 전두엽에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반면,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뇌는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현상 유지'를 선택하고 싶어합니다.
여기에 [9편에서 배운 '손실 혐오']가 더해지면 부작위 편향은 더욱 강력해집니다. 내가 주식을 샀다가 100만 원을 잃으면(작위), 그것은 오롯이 나의 잘못처럼 느껴져 극심한 후회가 밀려옵니다. 하지만 투자를 하지 않아서 100만 원을 벌 기회를 놓치면(부작위), 그것은 운이 없었거나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기 쉽습니다. 뇌는 '기회비용의 상실'보다 '실질적인 원금 손실'을 훨씬 더 아프게 처리하기 때문에,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을 택함으로써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 합니다.
3. 인플레이션: 보이지 않는 도둑과 부작위의 대가
부작위 편향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현실 세계에는 '멈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제에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라는 보이지 않는 흐름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10년 전 통장에 넣어둔 1,000만 원은 숫자상으로는 그대로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10년 전 1,000만 원으로 살 수 있었던 물건과 지금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은 확연히 다릅니다. 돈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즉, "원금을 지키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결정은, 사실 "매년 조금씩 내 자산이 깎여나가는 것을 방관하겠다"는 결정과 다를 바 없습니다.
주식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이 과열되었다고 해서 모든 자산을 현금화하고 밖에서 구경만 하는 것은 안전해 보이지만, 그동안 우량 자산들이 만들어내는 복리 수익과 배당 기회를 모두 포기하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는 행위입니다.
4. 부작위 편향이 투자를 망치는 과정: 타이밍의 저주
투자 정체에 빠진 사람들은 흔히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립니다. "지금은 너무 비싸니까 조금 떨어지면 사야지", "경기가 불안정하니까 확실해지면 시작해야지"라고 말하며 행동을 미룹니다. 이것은 전두엽이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부리는 전형적인 속임수입니다.
실제로 시장이 안정되고 모든 지표가 좋아졌을 때(확실해졌을 때)는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뒤입니다. 부작위 편향에 빠진 사람은 '확신'을 기다리느라 가장 저렴하게 살 기회를 놓치고, 결국 남들이 다 수익을 낸 뒤에야 조급한 마음에 상점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물건을 집어 들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가장 비싼 대가'로 돌아오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집니다.
5. 부작위 편향을 깨고 행동하는 부자의 습관
어떻게 하면 뇌의 멈춤 본능을 이겨내고 합리적인 행동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1) '행동하지 않는 비용'을 숫자로 계산하기 현금의 가치가 매년 3~5%씩 사라진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통장에 있는 1억 원에서 매년 500만 원이 불타 없어지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입니다. 손실을 혐오하는 우리 뇌는 '기회 손실'을 '실질적 비용'으로 인식하는 순간, 비로소 움직일 동기를 얻습니다.
2) 시스템에 의존하기(적립식 투자) 전두엽이 매 순간 결정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11번 글에서 다룬 '기저핵의 자동화']를 이용해야 합니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기계적으로 특정 자산을 매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지금 살까 말까" 고민할 때 발생하는 부작위 편향을 원천 차단할 수 있습니다.
3) '후회의 재구성':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한 행동'에 대한 후회가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가 훨씬 크고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10년 뒤의 내가 "그때 왜 투자를 시작하지 않았을까?"라고 후회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해 보세요. 미래의 후회를 현재로 가져오는 것만으로도 부작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6. 결론: 가장 큰 위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가장 위험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실패가 보장된 유일한 전략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작위 편향은 우리가 상처받지 않게 보호해주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성장할 기회조차 박탈합니다. 경제적 자유는 완벽한 타이밍을 맞추는 능력이 아니라, 불완전한 상황 속에서도 리스크를 관리하며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여러분의 통장과 포트포리오는 '안전'이라는 이름표 뒤에 숨어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지는 않나요? 멈춰 서 있는 것이 중간이라도 가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작게라도 시작하십시오. 움직이는 자만이 인플레이션이라는 파도를 타고 부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나중에 해야지' 하며 미뤄두고 있는 투자가 있나요?
왜 망설이고 계시는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부작위 편향을 함께 깨뜨려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