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을 앞두고 있을 때, 마음속에서 가장 먼저 올라오는 감정은 기대보다 불안일 때가 많다.'
"이게 최선일까?"
"혹시 손해 보는 선택은 아닐까?"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이 질문은 더 자주, 더 강하게 떠오른다.
흥미로운 점은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음은 이미 결과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택을 잘못하면 손해 볼 것 같다는 불안은 언제부터 이렇게 일상적인 감정이 되었을까.
손해에 대한 감각은 선택이 많아질수록 더 예민해진다.
선택지가 적던 환경에서는 손해라는 개념이 지금만큼 또렷하지 않았다.
정해진 선택지 안에서 고른 결과는 개인의 판단이라기보다 상황의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손해를 보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 가능했다.
하지만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는 다른 선택지가 항상 눈에 보인다.
비교 대상이 늘어날수록, 결과는 상대적으로 평가된다.
같은 결과라도 "더 나은 선택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붙는다.
이때부터 손해는 실제 손실보다 가능성의 문제가 된다.
지금의 결과가 나쁜 게 아니라, 더 좋은 결과를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안을 키운다.
선택이 많아질 수록, 손해에 대한 감각은 자연스럽게 예민해진다.
비교 가능한 환경은 불안을 상시 상태로 만든다.
선택을 앞둔 불안은 대부분 비교에서 시작된다.
비교는 선택을 돕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불안을 지속시키는 구조이기도 하다.
우리는 선택하기 전부터 수많은 정보를 접한다.
리뷰, 점수, 순위, 다른 사람의 선택. 이 정보들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준을 끊임없이 흔든다.
기준이 흔들릴수록, 확신은 늦어진다.
이 과정에서 불안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다.
선택 전부터 선택 후까지 이어지는 상시적인 상태가 된다.
선택을 마쳐도 마음은 안심하지 못한다. 이미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안은 선택의 결과보다, 선택의 환경에서 먼저 만들어진다.
비교가 가능해질수록, 불안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불안은 선택을 더 신중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더 어렵게 한다.
선택을 잘못하면 손해 볼 것 같다는 불안은 우리를 더 조심스럽게 만든다.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게 하고, 정보를 더 확인하게 하며, 결과를 여러 번 상상하게 만든다.
이 점만 보면 불안은 나쁜 감정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불안이 커질수록, 선택은 점점 어려워진다.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 결정을 미루게 되고, 그 사이 선택지는 더 늘어난다.
신중함은 어느 순간 결정 회피로 바뀐다.
이때 마음은 두 가지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된다.
잘못 고를까 봐 두렵고, 결정하지 않는 상태가 길어질수록 또 불안해진다.
불안은 선택을 돕기보다, 선택을 붙잡아 두는 감정이 된다.
결론. 손해에 대한 불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결과
선택을 잘못하면 손해 볼 것 같다는 불안은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선택지가 많고, 비교가 쉬우며, 결과가 개인의 판단으로 해석되는 구조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감정에 가깝다.
우리는 불안을 느끼면서도 그 이유를 개인에게서 찾는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하지만 불안은 선택의 구조가 바뀌면서 함께 커진 감정일 수 있다.
이 사실을 이해하면, 불안 자체를 없애려 애쓰기보다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불안은 실패를 예고하는 신호라기보다, 선택의 부담이 커졌다는 표시일지도 모른다.
선택이 많아진 사회에서
손해를 걱정하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그 불안를 느낀다고 해서, 우리가 잘못 살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