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었는데도 하루가 끝날 즈음이면 에너지가 바닥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움직임은 적었고, 무리한 일도 없었는데 몸과 마음은 이미 많이 사용되는 상태다. 이런 날의 피로는 활동량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집이라는 공간에서의 사용 방식이 에너지를 빠르게 소모시키는 경우가 많다.
자극이 끊이지 않는 공간에 오래 머물렀을 때
집은 가장 편안한 장소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자극이 가장 많은 공간이기도 하다. 화면, 소리, 알림, 정지되지 않은 물건들이 시야에 계속 들어온다. 몸은 고 쉬있는 것처럼 보여도, 뇌는 끊임없이 반응하고 정리한다. 이때 소모되는 에너지는 크지 않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빠르게 누적된다. 집에만 있었는데도 지치는 이유는, 자극이 끊어지지 않는 환경에 오래 머물렀기 때문이다.
= 이 감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피곤한 날이 많은 이유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공간의 전환 없이 하루가 이어졌을 때
하루 동안 같은 공간에만 머물면, 몸은 쉬는 구간과 사용하는 구간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앉아 있는 자세와 움직임, 일과 휴식의 경계가 흐릿해지면 몸은 계속 '사용 중' 상태로 남는다. 외출이 없었던 날이 더 피곤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활동아 많아서가 아니라 전환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환 없는 하루는 에너지를 돌려받을 틈을 주지 않는다.
= 이는 하루 종일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와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쉬는 시간에도 회복이 시작되지 않았을 때
집에 있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회복은 자동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쉬는 동안에도 생각은 이어지고, 작은 일들을 계속 처리하고 있다면 에너지는 다시 채워지지 않는다. 몸은 멈춰 있지만 마음은 계속 작동하는 상태에서, 에너지는 조용히 빠져나간다. 이런 날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 피로가 더 선명해지기도 한다.
= 이 흐름은 잠자리에 들기 전 피로가 더 심해지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집에만 있었는데 에너지가 빨리 소모된 날은, 쉬지 못했다기보다 회복이 시작되지 않은 채 하루가 지나갔기 때문일 수 있다. 공간의 자극을 줄이고, 작은 전환을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에너지의 소모 속도는 달라진다. 집에서의 피로는 바깥의 문제가 아니라, 집 안에서의 사용 방식이 만든 결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