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하루가 남아 있는데도, 오후나 이른 저녁부터 이미 다 써버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시간도 남아 있지만, 더 이어갈 힘이 없는 상태다. 이런 날에는 "왜 이렇게 빨리 지쳐버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이 고갈감은 하루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에너지를 쓰기도 전에 이미 소진 되버렸기 때문일 수 있다.
하루 초반에 에너지를 미리 끌어다 썼을 때
아침과 오전에 중요한 일들이 몰려 있으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한꺼번에 소진하게 된다. 집중과 긴장을 한꺼번에 끌어올려 버티는 방식은 당장은 효과적이지만, 남은 시간을 고려하지 못한다. 그 결과 하루의 중반 이후에는 쓸 수 있는 여유의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는다. 하루 끝나기 전의 고갈감은 나약함이 아니라, 초반에 이미 대부분을 사용한 자연스러운 결과다.
= 이 흐름은 오후가 되면 더 피곤해지는 이유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멈춤없이 다음 단계로만 넘어갔을 때
하루에는 작은 마침표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과 일 사이, 생각과 생각 사이에 멈춤이 없으면 에너지는 회수되지 않는다. 하나를 끝내자마자 다음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반복되면, 몸은 계속 '사용 중' 상태에 머문다. 이때 느껴지는 에너지의 고갈은 일을 많이해서가 아니라, 끝냤다는 감각 없이 이어졌기 때문에 생긴다.
= 이는 집에만 있어도 에너지가 빨리 소모되는 이유와 같은 결 위에 있다.
하루가 아직 닫히지 않은 채 버티고 있을 때
하루의 끝이 보이지 않을수록, 에너지는 더 빨리 소모된다. 남은 일정, 정리되지 않은 생각, 미뤄둔 판단들이 동시에 대기하고 있으면 몸은 계속 대비 상태를 유지한다. 이때의 에너지의 고갈감은 실제로 더 지쳤기보다는, 하루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버티고 있다는 신호다. 그래서 끝이 오기 전부터 이미 텅 비어 있는 느낌이 든다.
= 이 감각은 몸은 쉬고 있는데 머리는 여전히 피곤한 이유로도 이어진다.
하루가 끝나기 전에 이미 소진된 느낌이 들 때, 더 강하게 버텨야 한다는 뜻은 아닐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에너지의 추가가 아니라, 사용을 멈추고 회수하는 지점이다. 고갈감은 하루의 실패가 아니라, 배분과 마무리가 어긋남을 알려주는 조용한 알림일지도 모른다.